토요일 오후/오탁번 토요일 오후/오탁번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과 함께 베란다의 행운목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일 세상사람 저마다 눈을 뜨고 아주 바쁘고 부산스럽게 몸치장 예쁘게 하네 하루일 하루공부 다 끝내고 중고생 관람가 못된 장면은 가위질한 그저 알맞게 재미난 영화 팝콘이나 먹으며 구경하러 가.. 名詩 나룻터 2010.04.14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 名詩 나룻터 2010.04.04
바다/이수화 바다 /李秀和 바다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만(數萬)톤의 햇살이 지느러미를 파락인다. 마적(魔笛)소리로만 춤추는 푸른 수의(囚衣) 배암의 살갗으로 바다는 춤추는 바다는 피부(皮膚)마다 석유(石油) 비늘이 돋아난다. 가슴에 문질러 파꽃이 피던 죽은 해협(海峽)은 허옇게 이빨을 갈고, 간 봄 혼교(婚交).. 名詩 나룻터 2010.04.01
그 남자/최영옥 그 남자 / 최영옥 어느 여인의 지아비였던 적 있었다 한 소년의 아버지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홀로 된 그 남자 고달픈 삶 마디마디가 아프다 터벅터벅 헛발질에 희망이 채여 달아나고 흐린 눈동자에 행복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누구인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따뜻하지 않은 이 있었을까 쓴 소.. 名詩 나룻터 2010.03.31
정주성/백석 정주성 (定州城) /백석 산(山)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려 조을던 무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 名詩 나룻터 2010.03.29
하늘빛 그리움/이외수 하늘빛 그리움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 名詩 나룻터 2010.03.29
일상사/박목월 일상사(日常事) 박목월 청마靑馬는 가고 지훈芝薰도 가고 그리고 수영洙暎의 영결식永訣式 그 날 아침에는 이상한 바람이 불었다. 그들이 없는 서울의 거리 청마靑馬도 지훈芝薰도 수영洙暎도 꿈에서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깨끗한 잠적潛跡 다만 종로2가鐘路二街에서 버스를 내리는 두진斗鎭을 만나.. 名詩 나룻터 2010.03.09
길위에서 생각 길위에서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 떠나 길에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가버렸다 울고있는 자는 웃음을 그리워하고 웃고있는 자는 웃음 끝에 다가.. 名詩 나룻터 2010.02.26
또 기다리는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 名詩 나룻터 201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