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최영옥
어느 여인의 지아비였던 적 있었다
한 소년의 아버지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홀로 된 그 남자
고달픈 삶 마디마디가 아프다
터벅터벅 헛발질에
희망이 채여 달아나고
흐린 눈동자에
행복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누구인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따뜻하지 않은 이 있었을까
쓴 소주 몇 잔에
눈물을 섞어 마시던 그 남자
분노와 회한이 버무려진
그의 술잔에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절망이 찾아들 자리조차 없는
건조한 가슴팍에 어둠이 스며들고
재생시킬 열정은 결코 남아있지 않았다
술병이 쓰러지듯
고단한 그의 하루가 맨 땅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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