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이금례 고목 / 이금례 무척이나 삭았다 파수꾼처럼 공원을 지키는 저 고목들 세월의 무게가 굳은 것일까 마음 빠져나간 육신이 석고상이다 야심을 덮어 내린 눈까풀 마디 꺾인 나뭇가지가 살가죽을 파고 있다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손 잡이 헐거워진 간이역 봇짐들이다 초점이 멀겋다 얼마나 휘돌았.. 名詩 나룻터 2007.09.30
귀가 귀가/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 名詩 나룻터 2007.09.03
生의 끝에서도 生을 사랑한다 / 전혜린 生의 끝에서도 生을 사랑한다 / 전혜린 노을이 새빨갛게 타는 내 방의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운 일이 있다. 너무나 아름다와서였다.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울었고 그것은 아늑하고 따스한 기분이었다. 또 밤을 새고 공부하고 난 다음날 새벽에 느꼈던 생생한 환희와 야성적인 즐거움도 잊을 .. 名詩 나룻터 2007.08.06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께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名詩 나룻터 2007.08.04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 名詩 나룻터 2007.08.04
참회록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 名詩 나룻터 2007.08.04
내 마음에 사는 너 내 마음에 사는 너 조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 名詩 나룻터 2007.08.04
나그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名詩 나룻터 2007.08.04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 名詩 나룻터 2007.08.04
고독하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은 / 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 名詩 나룻터 200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