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生路)
각막 위를 수영하는 이름이여!
머무름은 무슨 이유에서 쓸어도 쓸리지 않음 때문에….
그 길만을 고집하는 눈빛이여!
가득함은 무슨 이유에서 비워도 비워지지 않음 때문에….
가슴 흠집이 커지는 이유는
그 무엇도 해준 것이 없기에
나를 버릴 수 없음은 걸어온 길이 너무도 아리기에
삶의 편린들을 주워담고
괴로워했을 얼굴을 불러봅니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았고 세상을 가질 수 있었는데
작은 가슴으로도 눈물을 삭힐 수 있었고,
칼바람 앞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는데….
울고 웃고 번민 속으로 스며든 당신은
삼백예순다섯 날 떠날 줄 모릅니다.
어눌한 시간 속에서도 훌쩍 커버린 기억
시린 살갗위로 떨어뜨렸던 슬픔
꿰매다만 생의 의미와 따르다 만 웃음이 있어
떠날 수가 없습니다.
무겁다지만 내려놓기엔 이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