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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밤

이학 2011. 8. 8. 23:32

어느 여름밤

 

인생의 가지는 지금도 빛을 훔치고

고단한 제 몸뚱이 발버둥치는 데

 

손때 묻은 기억들이 하나 둘 빠져나감은

생의 무게 때문인가?

삶의 비린내를 하나하나 발리면서

밤을 흔드는 빗소리 따라 저울질하는 나를 버리기로 했다.

 

푸름이 피던 날

억겁의 칼날 위에서도 심장은 꿈틀거렸고

고단함엔 이유가 없었다.

 

손끝 찢어지는 생의 바느질로도

사계절 신록만 꿰맸는데….

쓸려 담긴 시간이여!

선홍빛 숨소리를 들려다오!

폐부의 고동을 느끼고 싶다.

 

날개 없이 떠도는 생각이여!

이제는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렴

한 움큼의 웃음

이제야 아름의 눈물과 거래를 하고 싶구나!

 

희끗희끗한 머리칼은 어떤 이유에서 너를 잃어가고

혈관의 핏소리는 언제부터 멈추었는지 오늘은 알아야만 하네.

 

육신의 춤사위 거두어 부디 거두어

설령 알려주지 않아도 풋풋함이 스며든 여름밤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너를 친구 삼아 누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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