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그네
수기(水氣)가 얽혀서
구름이다
모이고 모이면
비 뿌린다.
그 구름은 하늘 나그네
정처없이 다니는 김삿갓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다.
창에 비치는 구름
그들은 다 예술가의 소질.
멋있게 살다가 하늘로 하늘로
애처로움없이 유유히 흐르고
안타까움없이
의젓하게 떠다니는
구름은 언제나 여유만만하고,
두려움없는 몸가짐이다.
보아라, 저렇게도 자신있음을!
새들보다 더욱 높으고
하늘나라의 천사인 것을!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요놈 요놈 요놈아!
집을 나서니
여섯살짜리 꼬마가 놀고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라고 했더니
대답이
'아무것도 안사주면서 뭘'한다.
그래서 내가
'자 가자
사탕 사줄께'라고 해서
가게로 가서
사탕을 한봉지
사 줬더니 좋아한다.
내 미래의 주인을
나는 이렇게 좋아한다.
새
저것 앞에서는
눈이란 다만 무력할 따름.
가을 하늘가에 길게 뻗친 가지 끝에
점 찍힌 저 절대정지를 보겠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미묘하기 그지없는 간격을
이어주는 다리(橋)는 무슨 象形인가.
저것은
무너진 視界 위에 슬며시 깃을 펴고
핏빛깔의 햇살을 쪼으며
불현듯이 왔다 사라지지 않는가.
바람은 소리없이 이는데
이 하늘, 저 하늘의
순수균형을
그토록 간신히 지탱하는 새 한 마리.
술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막걸리로만
아주 적게 마신다.
술에 취하는 것은 죄다.
죄를 짓다니 안될 말이다.
취하면 동서사방을 모른다.
술은 예수 그리스도님도 만드셨다.
조금씩 마신다는 건
죄가 아니다.
인생은 고해(苦海)다.
그 괴로움을 달래 주는 것은
술뿐인 것이다.
인생서가(人生序歌)
격언은 진리 이상이야,
진리는 합리주의 의존이고
인생은 진리의 수박 겉핥기이다.
인간은 체험만이 그것에 반역한다.
경력은 흥망성쇠의 골짜구니.
모든 자리는 세월의 액세서리.
내 친구는 거의 모든 것에,
통달했지만 모습이 바보고,
인생은 바보까지 관대하게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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