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나룻터

정자나무 밑/고은

이학 2007. 8. 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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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 밑/고은


오랜 마을에는 꼭 정자나무 한 그루 계십니다
오랜 마을에서는 꼭 깊은 우물시린 물길어 올립니다
그 물길어 올리는 시막시계십니다.

점심먹고 한 동안 모이십시다
아무리 이 세상이 막 되어가도
언제나 넉넉한 정자나무 밑으로
할아범도 아범도 나오십니다
큰나무 하나가 스무 사람 품으십니다

땀들이고 더위 잊고
매미 쓰르라미 소리 자욱합니다
몇마디 말 허허하고 나누십니다

가만히 보니 과연 정자나무 밑에서도
좌상 자리있고 다음 자리있어서
저절로 늙은이 섬기고 손윗사람 모십니다
그 무슨 개뼈따귀 예의지국이 아니라
이는 정녕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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