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나룻터

숭례문을 뒤로

이학 2008. 7. 27. 17:01

 

 

오늘도 내일도 / 최영옥

 

오늘도 나이를 보탰다

헝클어진 일상 혹은 가지런한 일상으로

나의 하루와 악수하고 정답게 뒹굴었다

내 하루 속에서 밥을 먹고 전화를 받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시를 썼다

그러면서 아주 쬐끔 늙었다

365일분의 1의 나이가 보태어 진 것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적당한 빈틈을 허용하고 여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삶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 진다는 것이다 

분노하기보다는 이해와 관용이 먼저인 것이다

결핍으로 완성된 아름다움

밀로의 비너스 상을 사랑한다

지루한 풍경 속에 풍덩 뛰어 든

여객기의 소음조차 사랑한다

내일도 나는 이렇게 늙으면서

조금씩 헝클어질 것이고

때로 정돈 될 것이다

 

-해질녘怡學옮기다- "오른쪽이 최영옥시인, 왼쪽은 이경희시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