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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나의 힘’ 이동환씨

이학 2008. 6. 29. 11:29
“직장인에게 인문학 책읽기는 운동선수들의 기초 체력훈련”
‘인문학이 나의 힘’ 이동환씨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학자나 문인뿐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인문학 책 읽기는 필요합니다. 경제·경영이나 자기 계발서들이 직장인들의 실무역량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실용서라면 인문학 책들은 이의 배경이나 근본이 되는 것이지요.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운동 선수들에게 테크닉 못지 않게 기초체력이 중요하듯, 직장인에게도 인문학의 굳건한 배경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IT컨설팅 기업인 이씨마이너 이사 이동환(49·사진)씨는 인문학 책읽기 예찬론자다. 치열한 생존경쟁 시대, 직장인들의 삶이 각박하고 힘겨워질수록 인문학 책읽기는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흔히 인문학은 실용성과 거리가 먼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향후 경쟁력의 관건인 창의와 상상력의 에 관건이 되는 분야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원천이라는 것이다. 특히 직장 업무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소통과 가로지르기가 필요한 때, 인문학의 효용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한다.

이씨의 이 같은 주장은 말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가 지난해 읽은 책은 모두 180여권. 이 중 절반 이상은 묵직한 인문학과 과학 분야 책이다. 지난 6월 읽은 15권의 책 중에서 ‘버자이너 문화사’(앨토 드랜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컬처 코드’(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김상철·김정수 옮김, 리더스북) 등 6권이 인문학 책, ‘리처드 도킨스’(앨런 그래펀 지음,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등 4권이 과학 책이었다.

이씨가 처음부터 실용성을 위한 인문학 책읽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벗어난 지 20여년, 직장 생활을 할수록 공허해졌고, 인간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대학에서 행정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인문학 책읽기에 빠져든 것은 나이 마흔이 넘어 생기기 시작한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재미와 지적 만족을 위해 시작한 인문학 독서가 직장 생활에도 효용이 크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하는 IT기업의 컨설팅 업무에서 일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던 인문학이 만만찮은 저력이 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인문학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들은 우선 고객과의 대화에서 신뢰를 담보하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컨설트 대상 기업의 자료를 이해하고 분석할 때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도 인문학 책을 읽으며 수없이 경험했던 지적인 과정과 다를 게 없었어요.비록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인문학 책은 수준 높은 실용서였습니다.”

인문학 책은 또한 빼어난 자기계발서이기도 했다. 인문학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들이 몇 줄이면 요약가능한 자기계발서에 적힌 이야기와 비교할 바 아니었다. 그가 주로 책을 읽는 때는 출퇴근 시간,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전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너무 어려운 책을 대할 땐, 이와 비슷한 분야의 책 중에서 좀 쉬운 것을 골라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참고도서 서너권을 읽는 때도 많았어요. 그 책이 좋으면 관련 저술을 모조리 찾아 읽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지요.”

이씨는 3년 전부터 YES24 블로그에 둥지를 마련, 서평을 올리고 있다. 읽은 책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가 지난해 올린 서평은 모두 90여편, 독자도 많이 생겨 지금까지 방문자가 6만명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월요일엔 야학에서 국사를 가르치고, 토요일마다 자원봉사를 한단다.

“특정 분야의 책을 20권 정도 읽으니까 체계를 갖춰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50권 정도 읽으니까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더군요. 100권 정도 읽으면 책도 쓸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우리 민족의 시원을 찾아, 역사와 고고학, 인류학, 지리학, 기후학, 생물학 등등을 크로스오버하는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