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 이금례
무척이나 삭았다 파수꾼처럼 공원을 지키는 저 고목들 세월의 무게가 굳은 것일까 마음 빠져나간 육신이 석고상이다 야심을 덮어 내린 눈까풀 마디 꺾인 나뭇가지가 살가죽을 파고 있다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손 잡이 헐거워진 간이역 봇짐들이다 초점이 멀겋다 얼마나 휘돌았기에 숨소리마저 바스러졌을까 산 기슭을 돌아온 삶의 대가가 고작 신음으로 울부짖은 형상뿐인가 무너진 어깨 위에 고독만이 벗하런가 걸음걸음 껍질을 이고 남은 생조차 지탱하기 힘든 저 상처의 나목 자선처럼 겸허히 죽어가는 소리 없이 흙으로 흙으로 주저앉는 그들의 내일은 어떤 빛일까 완벽하게 폐허로 남겨 놓은 세월의 위력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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