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노래
이금례
모두가 돌아서면 그뿐인데
세월이 흘러가면 그뿐인데
어제가 오늘처럼 오늘이 어제처럼
마음 한켠에 자리하는 이 공허는 무엇인가
부러진 날개 위로 달려드는
이 고독은 어디서부터 움터 오는가
한때는 꽃이 되길 원했지만
비에 젖어 울어야 했고
나무가 되길 원했지만 바람이 잎새를 할퀴었다
제 갈 길 찾아 떠나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한 자리에 머물 수 없는 영혼은
바람의 화신인가, 세월의 허상인가
뒤돌아보면 씁쓸한 그 길, 눈물의 섬이었다
누가 알랴
죽어서도 산란을 꿈꾸는 여인의 목쉰 노래를
허망한 가지 그만 그만 지우려 했다
버리려 했다
아니 버린 줄 알았다
미련도 꿈도 마지막 사람까지도
돌아보면 원점에서 멱살 잡아끄는 삶 삶 삶
시간을 쥘 수 없는 세상의 옹 벽
누가 알랴
누가 알랴
심지 없이 타 내리는 이 불혹의 노래를
출렁일수록 붉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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