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詩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 영미

이학 2014. 4. 18. 14:42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 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최영미시집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中에서

       

       

'낭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산도/박두진  (0) 2014.04.20
낙화  (0) 2014.04.20
목마와 숙녀 / 시 박인환 (박인희 낭송)  (0) 2008.10.30
사평역에서/곽재구  (0) 2007.09.15
내 마음은 눈물로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0) 2007.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