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에 걸리다 / 유 안진
저는 투명인간인가 봅니다 바로 앞 바로 옆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깁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빠 [있다]고 [나]라고 주장하다가 지쳐 그만 성병(聲病)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영광과 환희로 맞았던 초기 기독교도처럼 명성을 영광과 환희로 맞이하고 싶은데 도저히 정복할 수 없어서 국교(國敎)로 삼아버린 로마제국처럼 제가 정복할 수 없는 명성(名聲)은 저의 종교가 되었나 봅니다 저의 하느님이 되었나 봅니다
스스로를 얼마나 속이며 기만했으며 꿈과 성병을 구별하지 못했던가를 선망과 조롱으로 우습게 보았던 타인과 자신을 사람 본래로 보게 눈 열어 주십시오
그 성병을 저만은 반드시 살아서 고쳐서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2009년 제7회 유심작품상 시 부문 수상작]
이런 깨달음이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 이름을 높이고자 하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시인은 그걸 성병이라는 말로 아우르며 반성하는 것이다. 탐익에는 반드시 병이 따라오는가 보다.
부르짖음을 일삼다보면 목이 쉬고 나아가 결절이 일어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 휘두르기를 일삼다보면 상처가 생기고 찢어지거나 짓무르는 병에 걸린다.
모든 병은 흉터가 남고, 어떤 흉터인들 크게 자랑스러울 수는 없다. 인간에게 자랑스러운 흉터는 배꼽 뿐일 것이라는 말도 너무 드러내놓고 다니는 이들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세상이다.
반드시 살아서 고쳐서 잘 살아보고 싶은... 시인에게 갈채와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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