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나룻터

파르르 연두 /조현석

이학 2014. 4. 24. 23:45

 

 

파르르 연두

조현석(1963∼)

살포시 실바람이 타는 천 갈래 구름의 현악(絃樂)
봄볕 좋은 물가에 앉아 귀에 고이는 소리 담는 게지
소리는 발가락 적시고 무릎으로 허벅지로
굽은 등 짚고 척추 따라 정수리 거쳐 지그시
감은 눈동자 속으로 차가운 심장 한가운데
맴돌고 맴돌아 다시 목뼈 타고 백회혈 뚫고
더욱더 위로 오르고 올라서 동토(凍土)가 품
었던 햇살의 추억에 닿지 그 하늘 끝에 되돌
려놓는 게지 자잘하고 소소한 파문 무궁무진의 허공 뒤덮는 게지
파르르 파르르
흐르고 오래 흘러서 오래도록 길게
갓 피운 연두의 여운, 결코 멈추지 않는게지

 

 

배경음악:A thousand years/Azure 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