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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사람
이학
2011. 8. 13. 01:44
시를 쓰는 사람
창작도 아니고, 연출도 아닌
마른 가지 흔들리면 내 마음 흔들린다고 쓰고,
내 마음 흔들림이 핏기없는 나뭇가지 흔들리듯
흔들린다고 쓴다.
흔들리는 이유는 굳이 쓰지 않는 시를 쓰는 사람
목마름으로 시간을 유영하면서도 늘 살아가는 지금을 감사하다고 쓴다.
언제는 사과 빛 노을이라고도 하고, 어떤 날엔
살굿빛 노을이라고도 뒤집고, 감추고, 낯설게 하면서
서사적, 서정적, 은유, 비유 영탄법으로 심장을 조이기도 하고,
감탄사로 두 눈이 번쩍 뜨이게도 한다.
가을을 슬프다고 상징적 의미를 두기도 하고,
해 맑은 카나리아 목소리를 봄으로 비유하기도 하지
시를 쓰는 사람은 의인법으로 死物에 생명을 주어 살이를 시키기도 한다.
도치와 환유로 순서를 바꾸어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고,
사물을 비슷하다고 하며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를 쓰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고독하다
절대 고독과 외로울 땐 절필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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