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 2011. 8. 12. 23:55

여름휴가

 

들녘

노을에 베인 풀잎 가만히 만져주고,

뽐내지도 않는 들꽃 노래 들어주고,

간밤 시름 앓았을 찔레꽃 안아주며,

사위어가는 쑥부쟁이 여름이야길 담아냈다.

 

바람에도 꺾이는 물소리

제 키보다 더 커버린 설움을 쉼 없이 흔드는 미루나무

오늘이 슬프다.

 

굽은 등으로

싸늘해진 세상을 업어야 하는 소쩍새 몸뚱이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오늘 밤에도 슬피 울게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