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詩集 99일의 아침을열며
여름휴가
이학
2011. 8. 12. 23:55
여름휴가
들녘
노을에 베인 풀잎 가만히 만져주고,
뽐내지도 않는 들꽃 노래 들어주고,
간밤 시름 앓았을 찔레꽃 안아주며,
사위어가는 쑥부쟁이 여름이야길 담아냈다.
바람에도 꺾이는 물소리
제 키보다 더 커버린 설움을 쉼 없이 흔드는 미루나무
오늘이 슬프다.
굽은 등으로
싸늘해진 세상을 업어야 하는 소쩍새 몸뚱이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오늘 밤에도 슬피 울게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