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나룻터
비가(悲歌)/마종하
이학
2010. 4. 15. 11:47
비가(悲歌)/마종하
푸른 물에 떠 있는 구름이 울리네.
나를 흔들어 울리네.
물의 기류가 켜켜이 쌓이는
이 길게 뻗친 공간, 냇가에서
나는 잠긴 채 하늘을 보네.
저 포플러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는 바람,
나의 눈은 어리둥절 떠 있네.
왜 모든 것이 그리 막막하던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며
흐리멍덩한 웃음 속에
눈알을 묻고 사는 일이며
이 정신 나간 시대에
나는 물 머금은 개천의
자갈 바닥이나 들여다 보며
온 몸에 햇빛이나 칠해 보네.
칠하면 칠할수록 살갗은 벗겨지고
벗겨지면 없어지는 몸.
바람은 물 위를 흐른다.
하늘 한가운데 걸리어 퍼지고
간간이 빛나는 눈물이나 떨구며
구름처럼 풀려 가는 몸.
울음 가득한 푸른 하늘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