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李秀和
바다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만(數萬)톤의 햇살이 지느러미를
파락인다.
마적(魔笛)소리로만 춤추는
푸른 수의(囚衣) 배암의 살갗으로
바다는 춤추는 바다는
피부(皮膚)마다 석유(石油) 비늘이
돋아난다.
가슴에 문질러 파꽃이 피던
죽은 해협(海峽)은 허옇게 이빨을 갈고,
간 봄 혼교(婚交)때 박하(薄荷)
내를 풍기던
흰 샅살에는 석유(石油) 비늘만
돋아나고 있다.
수만(數萬)톤의 햇살이 불타올라
마침내 처녀막(處女膜)을 상(像)
하는 바다
한국일보 발표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