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나룻터

그 남자/최영옥

이학 2010. 3. 31. 12:01

 

그 남자 / 최영옥

 

어느 여인의 지아비였던 적 있었다

한 소년의 아버지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홀로 된 그 남자

고달픈 삶 마디마디가 아프다

터벅터벅 헛발질에

희망이 채여 달아나고

흐린 눈동자에

행복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누구인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따뜻하지 않은 이 있었을까

쓴 소주 몇 잔에

눈물을 섞어 마시던 그 남자

분노와 회한이 버무려진

그의 술잔에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절망이 찾아들 자리조차 없는

건조한 가슴팍에 어둠이 스며들고

재생시킬 열정은 결코 남아있지 않았다

술병이 쓰러지듯

고단한 그의 하루가 맨 땅에 눕는다